이름보다 나이를 먼저 묻는 공간
몇 살이야?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마주치고 '그래 오늘은 너랑 한번 놀아볼까?'라는 암묵적 합의가 이루어지고 나면 첫 마디는 늘 한결같다. 같이 놀 셈이라면 나이보다는 이름을 먼저 물으세요. 전이현씨에게 여러 번 이야기해봤지만 소용 없다. 꼭 그를 탓할 수만도 없는 것이, 놀이터에서 아무리 관찰을 해봐도 예외가 없다. 선수들끼리 만난 소개팅처럼 순식간에 나이를 교환하고 서열을 확인한 후에 놀이 방식을 정한다. 고약한 상대를 만난 경우에는 나이를 교환하고 서열을 확인한 후에 '근데 넌 왜 나한테 반말해'가 된다.
추워서 혹은 미세먼지 때문에 놀이터에 나가지 못한지 꽤 오래되긴 했다. 지난 일요일에 정말 오랜만에 두 사람을 데리고 놀이터에 나갔다. 또래처럼 보이는 아이가 있고 눈빛이 오가고 프로세스가 시작된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니 조금 다른 언어를 구사하기 시작한다.
몇 학년이야?
일단 놀기 시작하면 별로 중요하진 않다. 왜 반말하냐며 시비 털어도 다들 들은체 만체다. 이 어린 아이들까지 대체 왜 이러는 걸까. 어디서들 배웠을까. 엘리베이터 같은 곳에서 이웃을 마주쳐도 딱히 할 말이 없으면 일단 나이를 묻는다. 상대도 아이를 데리고 있는 경우에는 보통 누가 손위인지 계산해서 '누구보다 형이네'하며 묻지도 않은 아이에게 말해준다. 세상에. 오늘 이 소재를 들고 한시간도 넘게 앉아있었는데 결론으로 전진을 못하고 좌우로 구르기만 했다. 틱톡. 아이를 소재에 안 올리려고 너무 오래 고민한 탓이다. 처음 생각대로 닥터후를 썼어야 했다. 아니다 북핵 이야기를 썼어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