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프로젝트 시즌5
자전거
box-jeon
2019. 6. 2. 22:44
집에 네발 자전거가 한대 있긴 했다. 전이현씨가 타던 물건인데 그렇게 빠릿한 자전거는 아니었던 탓에 속도가 나질 않아 전이현씨도 금새 흥미를 잃어버린 물건이다. 하지만 전성현씨는 늘상 그 자전거를 부러워했다. 다리가 짧아 페달에 닿지 않으니 나중에 타자고 달래길 여러 번 해왔는데, 오늘 우연히 들른 뚝섬 한강 공원에서 그녀는 결국 자기 몸에 맞는 네발 자전거를 탈 수 있었다. 왼발 오른발을 번갈아 굴러야하는데 역시 말로 설명하려니 쉽지 않다. 자전거는 관리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 특히 바람 빠진 타이어가 페달을 더욱 무겁게 만들고 있었다. 요령을 계속 가르쳐주면서 조금 밀어주기도 하고 격려도 해보았지만 점점 표정이 심각해져 갔다. 다른 사람들도 자전거 처음 탈 때 다들 어려워하는지를 계속 물어보고, 그러면서도 계속 자전거 도로에 들어가겠다고 한다. 걷는 속도보다도 느린데 거길 들어가는 건 너무 위험했다. 날이 너무 뜨거워 중간에 좀 쉬게 하려고 했는데 결국 한 시간을 꽉 채워서 연습하고는 집에 돌아왔다. 저녁을 먹고 다시 놀이터에 나가는데 이번엔 집에 있던 네발 자전거를 백년만에 끌고 나갔다. 한강에서 탔던 자전거보다는 조금 컸지만 시트를 끝까지 내리니 일단 페달에 발은 닿았다. 놀이터 주위를 계속 도는데, 한바퀴를 돌아 다시 마주칠 때마다 아까 보다 더 빠르죠 계속 확인한다. 여전히 걷는 것보다 느렸지만;;; 기회를 놓치지 않고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그녀의 성취를 찬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