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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프로젝트 시즌5

데미안

https://brunch.co.kr/@seochogirl/7

 

서른여덟, 6개월 만에 결혼하다 #7

그를 잊을 수 있다면 | “돌싱도 좋고 무직자도 좋아요. 최대한 빨리요.” 지인들에게 소개팅을 부탁했다. 누구라도 상관없다. 이왕이면 연애 경험이 많은 남자면 좋겠다. 연락을 자주 하고 집에 데려다주고 다정한 말을 해주는 사람이면 좋겠다. 매력적이지 않아도 보편적인 남자였으면 좋겠다. 그를 만나기 전의 나로 돌아가고 싶다. 통제 가능하고 예측할 수 있는 일상으로 복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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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성처럼 나타나 출판계약까지 거머줘 봄작가의 글이다. 이야기 풀어나가는 솜씨가 어찌나 재기넘치는지 술술 읽힌다. 글도 재미있었지만 7편에 이르러 한 문장을 보고 가슴이 철렁했다.

 

내가 그의 데미안이었다.

 

살면서 멘탈이 나가 방황할 때마다 한번씩 읽곤 하던 책이다. 대여섯번 정도 읽은 것 같은데, 마지막으로 읽은 것이 언제인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나이가 드니 무뎌지기라도 한 것일까. 책장을 뒤져 빛바랜 낡은 책을 꺼냈다. 92년 여름에 인쇄된 책인데, 세상에 책 가격이 3000원이다. 이십대 때 처음 읽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책장을 넘겨보니 그 시절 감성따라 형광펜으로 색칠된 몇몇 문장들이 눈에 들어온다. 내면에서 길을 찾으라는 이야기였던가. 아무튼 한동안 헤르만 헤세에 빠져서 그의 다른 책들을 구해다 읽기도 하고, 아이를 셋 낳으면 이름을 하림, 의만, 하세로 지으면 어떨까 상상해보기도 했다. 의만이 불쌍해

그가 진기하게 고독하고 조용하게 그들 사이에 끼어서 자기의 특별한 분위기에 싸여 독특한 법칙 아래에 살면서 마치 별과 같이 그렇게 걸어가는 것을 본다.

 

데미안에 대한 에밀의 회상 부분인데,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묘사다. 전성현씨의 이름에 들어가 있는 별도 실은 이 문장에서 온 것이다. 그가 그러길 바라고 나 역시 별처럼 걷고 싶었는데 엇 요즘 너무 월급받아 대출갚는 전형적인 직장인. 별이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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