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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프로젝트 시즌5

버려야한다2

집에 가구를 재배치할 일이 생겨 주말 사이에 책장을 3개나 옮겼다. 감히 책을 꽂아둔 채로 책장을 밀 엄두가 나지 않아 책을 전부 꺼냈다가 다시 꽂았다. 버려야한다 버려야한다 나름 냉정하게 진행하려 했지만 결국 열권도 채 못 버리고 마무리했다. 언젠가 다시 읽고 싶어서일까. 몇 년 전에는 아이가 언젠가 읽었으면 하는 책들은 남겨야지 생각했었다. 하지만 집에 책이 있다고 읽는 것도 아니고, 집에 늘 있던 책이면 더더욱 읽지 않게 될 수도 있다. 책을 만나게 되는 시기도 감상에 영향을 미친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다음부터는 온건히 나만을 위해 책을 고르고 버려왔다. 조금이라도 사연이 있는 책들은 사실 고민할 필요도 없다. 안읽은 책들 중에 읽기만 하면 처분할 책들이 많다. 그렇게 또 나중으로 미뤄둔다. 대학 교과서들이 아직도 있다. 대부분이 원서라, 필요할 때 레퍼런스로 가볍게 펼칠만한 책들이 아니다. 버려야하는데 이상하게 미련이 남는다.

 

책장 구석에 극장에 가면 볼 수 있는 팜플렛들을 모아놓은 파일이 하나 있다. 고등학교 때부터 모아온 것인데, 꾸준히 모두 모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생각날 때마다 팜플렛과 티켓을 갈무리해둔 것이다. 그렇다. 종이 티켓말이다. 너무나 90년대식 취미 생활이라 피식하고는 고이 다시 모셔두었다. 두꺼운 책 한권 두께도 안된다. 이정도는 마리에상도 봐줄 것이다.

 

나름 수확이라고 하면 결혼 전에 아내에게 선물했던 대형 인형을 버린 것이다. 결혼 후에도 신혼집까지 따라왔는데, 이후 수년간 그 대우를 보니 애초부터 그저 애물단지였던 모양이다. 사랑을 못받아서인지 오래되어서인지 서서히 솜에 힘이 없어지고 툭하면 쓰러져있기 일수였다. 검색해보니 인형류는 3kg 당 천원짜리 스티커를 붙이도록 되어 있었다. 2장 사서 이마에 붙여주고 돌아섰다. 잘가요. 고생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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