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달리 좋은 소재가 안떠오르면 결국 추천 주제를 쫓게 되어있는데 오늘의 주제는
'내가 각본을 써도 이것보다는 잘 쓰겠다싶은 영화'
재미없는 영화도 제법 보긴 봤다고 생각하는데, 과연 당당히 첫 손 꼽을만한 영화는 어떤 게 있을까. 양산형 성룡 영화의 하한선이었던 상하이눈은 어떨까. 너무 마이너하고.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을 꺼내면 40대 인증이 되어버린다. 다세포 소녀는 김옥빈이 워낙 멋진 춤을 선보였으니 더하기 빼기 해서 퉁쳐야할 것 같고, 가루지기인지 갸루지기인지 주연배우마저 영원히 보내버렸지만 그걸 꼽자니 품위가 떨어진다. 타임라인의 어느 분이 망영화계의 성인 반열에 오르는데 초석이 된 조선미녀삼총사도 있겠고, 가까이로는 엄복동이 어마어마하다던데 보질 못했다. 마침 조금 전에 피키캐스트 '부기영화'에 엄복동 리뷰가 올라왔는데, 뺑반, 인랑, 물괴, 창궐이 엄복동을 맞이하면서 시작하고 있었다. 도통 본 영화가 없으니 다 부질 없는 것이다. 내게도 자신있게 꺼내놓을 망영화 하나쯤은 있을거야.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다가 영화 하나를 떠올리곤 금새 후회를 했다. 내가 왜 이런 짓을. 10년 전, 찾아보니 당시에 남겨둔 기록도 있었다.
엔딩 크레딧이 위로 올라가는데 혼이 함께 빠져나가려는 것을 간신히 붙잡아... 중략 ...감독이 정말 졸라졸라졸라 미칠듯이 만들기 싫은데 억지로 만든 작품... 중략 ...원작을 떠올리지 않으면 스토리를 이어 붙이는 게 불가능... 중략 ...간신히 이어 붙여보면 원작과 같은 부분은 주인공들의 이름 뿐...
애초에 무슨 생각으로 그걸 골랐는지 과거의 나를 이해할 수도 없지만, 이걸 극장에서 아내와 본 후 아주 오랫동안 그 앞에서 영화의 ㅇ도 꺼낼 수 없었다. 끝나고도 뭐하러 앉아있었는지 모르겠지만 크레딧 후에 쿠키 영상까지 보고 마는 치욕까지...
누가 어느 망영화를 꺼내도 자신있다. 이건 그냥 망영화가 아니라 맹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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