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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프로젝트 시즌5

보스턴

예전에 같이 일했던 사람이 퇴사를 한다기에 만들어진 술자리가 있었는데, 농담을 주고 받다가 보스턴이 튀어나왔다. 스포티파이에 오픈 포지션이 있어서 봤더니 보스턴이었더라 하는 이야기였는데, 아아 보스턴 하다가 가본 적 있다는 사실이 기억났다. 나름대로 고생했다면 고생했는데 10년도 안된 일이 가물가물해진 걸 보니 뭐라도 좀 적어놔야겠구나 싶었다.

 

LTE가 상용화 될락 말락한 시기에 미국 출장이었다. 퀄컴 본사가 있는 샌디에고로 가서 며칠 일하고는 보스턴으로 이동했다. LTE 필드 테스트가 가능한 도시 몇 군데 중에 하나를 골라야했는데 다른 후보들은 기억이 안나지만 그닥 고민 않고 보스턴을 골랐던 것 같다. 보스턴 내에서도 LTE 커버리지가 명확하지 않았다. 어찌어찌해서 망이 잡히는 호텔을 찾아내 자리를 잡았다. 오피스가 따로 없으니 방에서 그냥 일을 했는데, 버라이즌도 망 상태가 들쭉날쭉해서 일을 하면서도 망 탓인지 우리 탓인지 긴가민가할 때가 많았다. 중간에 네트워크 엔지니어가 출장을 왔는데, 이 사람은 필드를 돌면서 테스트를 해야하건만 회사에서 드라이버를 붙여주지 않았다. 2종 보통 면허였지만 국제면허증엔 그딴 게 없다. 그냥 시키는대로 밴을 몰고 정해진 코스를 빙글빙글 돌았다. 테스트 해야하니 잠시 멈추라고 해서 주차를 했는데, 주민이 신고를 했는지 경찰이 나타나 니네 누구냐며 사유지에 주차하지 말라고 무섭게 말해서 바짝 쫄기도 했다. 버라이즌의 할아버지 엔지니어 둘을 만나 우리가 구현한 게 맞다고 우기다가 면박 당한 일도 기억이 난다. 나도 저 나이까지 엔지니어 할 수 있을까 상상해봤다. 아이패드가 갖고 싶어서, 주말을 틈타 전자제품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는 뉴햄프셔까지 다녀오기도 했다. 당시 아내는 국내에서 혼자 결혼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출장이 길어지자 슬슬 불만이 커지고 있었다. 9월이 끝나가고 있었는데 결혼식은 2월이었다. 아내 눈치 반 슬슬 지겨웠던 것 반 해서 결혼준비를 핑계로 2달반만에 귀국길에 올랐다. 입사 동기들이 일찌감치부터 출장다니는 걸 늘 부러워했었는데, 썩 유쾌한 출장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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