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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프로젝트 시즌5

기능 조직 목적 조직

기능 조직이란 단어가 있는 줄도 모른채 수년 간 기능 조직에 속해있다가, 목적 조직에서 처음 일하게 되었을 때 문화 충격은 참으로 어마어마했다. 언제나 PPT를 통해서 만나왔던 디자이너란 존재를 실제로 처음 보았고, 바이블처럼 받들어지던 스펙 문서의 창조자인 기획자를 만났다. 운좋게도 그 팀은 (모든 앱개발자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UX 디자이너도 보유하고 있었고, 우리의 단합을 책임진 못난 팀장까지 갖추고 있었다. 천둥벌거숭이마냥 일에 눈이 뒤집혀서 신나게 일했고, 반년 뒤에 간신히 사내 오픈을 할 수 있었다. 사내 오픈과 동시에 프로젝트는 드롭됐고 곧 팀에서 방출됐지만, 목적 조직이 유행이라도 하고 있었는지 다음팀도 그 다음팀도 그 다음팀도 계속 목적 조직이었다.

 

다시 기능 조직에 속하게 된 것은 작년 초였다. 서비스에 올인하지 말고 개발자로서 자신을 성장시키는데 집중하라는 새 조직의 기조는 스스로를 서비스의 일원이 아니라 외주 직원으로 전락시키는 것이라 생각했다. 기능 조직이 되니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올라감을 느꼈고 불만은 수개월간 지속됐다. 

 

미련을 버리고 적응을 결심한 후로 지금에 이르렀는데, 오랜만에 브런치북 프로젝트 때문에 기획자들과 일정을 논의하면서 이리 샜다 저리 샜다 이야기를 나누고 왔더니 갑자기 목적 조직 시절이 떠올랐다. 개발 일정만으로 거의 반년에 달하는 예측을 해놓고 보니 살짝 미안해지지만, 힐끗 봐도 개발이 시작되면 금새 내가 병목이 될 참이다. 제법 오랜만에 받는 압박이다. 최근에 벌려놓은 다른 일들이 많아 더욱 대단한 도전이 될 것 같다.

 

이렇게 오늘도 기승전결에 실패했다. 개요 없이 쓰는 것이 문제인지, 짬짬이 띄엄띄엄 작성해서 그런 건지, 아무 생각이 없어서 그런건지. 기능 조직과 목적 조직 경험을 비교하는 글을 쓰려고 했는데 목적 조직에는 추억 보정이, 기능 조직에는 현실 필터가 더해져서 어딜 비교해야할지 모르게 되어버렸다. 틱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