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21) 썸네일형 리스트형 어느 드라마 아무래도 월화 드라마인 것 같은데, 이 시간이 되면 거실에서 상영되는 드라마가 하나 있다. 김하늘과 감우성이 나오는 진중한 분위기의 드라마인데, 사랑하는 두 사람이 있고 한 사람이 치매에 걸린다. 보는 것은 물론이고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으로도 암담한 기분이 들어서 드라마가 시작하면 더이상 거실에 나가지 않고 조용히 방으로 들어와 문을 닫는다. 개인적으로 기억이야말로 사람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무언가가 아닐까 생각한다. 때문에 이 같은 관점에서 기억을 잃어가는 것은 정체성을 잃어가는, 산채로 죽어가는 것이 된다. 당사자의 고통과 절망을 감히 상상하기도 어렵지만, 가족과 친구들도 거기에 함께 휩쓸려간다. 닫힌 방 안에서 뭔가 다른 할거리를 찾고 있는데, 방문이 빼꼼히 열리며 아이가 그 틈새로 머리를 들이민다... 영화관 오랜만에 영화관을 찾았다. 캐릭터가 쿨해서 그랬는지 젠데이아는 볼수록 호감이 간다. 기생충도 보고 싶고 알라딘도 보고 싶고 토이스토리도 보고 싶었지만 결국 스파이더맨이 선택되었다. 경쟁에서 이겼다기보다는 애초에 스파이더맨이 개봉을 해서 주말에 영화를 보기로 한 것이다. 아이언 피스트 같은 비실비실한 드라마도 참고 보는 사람이니 관점에 따라서는 마블 덕후로 오해 받아도 딱히 할 말이 없다. 제법 긴 영화였지만 딱히 지루함 없이 재미있게 본 것 같다. 집에 돌아와서 검색도 좀 하고 유투브에서 톰홀랜드와 젠데이아의 동영상을 찾아봤다. 인터뷰도 재밌고 다 좋지만 결국은 립싱크배틀이 최고다. https://youtu.be/b0nNTklOKRA https://youtu.be/P9PLlZwhbtc 아이언 피스트 넷플릭스가 디즈니에서 어떻게 판권을 샀는지는 모르겠지만, 넷플릭스에는 마블의 동네 영웅들 드라마가 4개 있다. 5개라고 해야할지. 데어 데블, 루크 케이지, 제시카 존스, 아이언 피스트 그리고 퍼니셔인데, 데어 데블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평이 영 좋지 않고 그 중 아이언 피스트는 나쁜 방향으로 군계일학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난 단지 제시카 존스가 보고 싶었을 뿐인데 넷플릭스는 이 들쭉날쭉한 드라마들을 끈기있게 연결해서 '디펜더스'라는 일종의 어벤저스 같은 컨셉의 드라마를 만들어냈고, '디펜더스'에 나오는 제시카 존스를 보려니 다른 시리즈를 안 볼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시간순으로 5개 드라마의 각 시즌들을 이어 보는데 아이언 피스트는 정말이지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어렵사리 제시카 존스 시즌2까지 .. 저작권 창작자에게 댓가를 지불하는 것은 언제나 중요하다. 책을 사서 읽어야 하는데 읽고 싶은 책을 모두 살 여유는 없으니 집 근처 도서관을 종종 찾는다. 지인들끼리 책을 빌려주기도 한다. 도서관은 그렇다 치고 지인 간의 대여 행위는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일까? 이론적으론 그렇다고 해야할 것 같은데 실제로는 그닥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 책이라는 실물의 소유 관점에서 본다면 이론적으로도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내가 댓가를 지불해서 산 책을 그 다음에 어떻게 하든 내 마음이란 관점이다. 그럼 이번엔 이북을 샀다고 가정해보자. pdf 또는 epub이 있다고 할 때, 이걸 지인에게 보내주는 행위가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이냐 묻는다면 당연하다고 대답할 것이다. 종이책도 빌려주는 게 아니라 복제를 해서 줬다면 분.. 깊은 잠 몇 년 전에 미밴드2를 샀다. 미밴드는 기본적으로 걸음수나 세주고 심박수 같은 걸 측정하는 장치였지만 미밴드2가 되면서 작은 화면과 시계 기능이 추가되어 있었다. 사연은 이렇다. 시간이 더 있었으면 싶은데 어디서 시간이 만들어지질 않으니 잠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애초에 기계적으로 잠을 줄이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아이디어인데다 그 여파로 피로가 덜 풀린 상태로 다음날을 맞는다면 그닥 실속있는 선택이 아니다. 그럼 결국 잠의 질을 높여서 조금만 자고도 체력을 회복할 방법을 찾아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를 위해 이런저런 실험을 좀 해봐야겠다 하면서 결과 측정을 위해 미밴드2를 선택한 것이다. 평소 잠귀가 밝고 꿈도 엄청 많이 꾸는 타입이라 굳이 측정하지 않아도 깊은 잠 잘 자는.. 재택근무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는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비동기로 일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전제를 갖는다. 이를 완전히 확신하지 못하는 회사에서는 코어타임을 설정하기도 하지만, 동기적으로 일할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면 실무자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코어타임이 형성되기 때문에 굳이 신경쓰지 않는 회사도 있다. 일단 유연근무제가 시작되고 나면 출근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하던 출근을 안하는 건 아니지만 길이 막힌다거나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며 떨어지지 않는다거나 하는 상황에서 (물론 유쾌하고 신나는 상황은 아니지만) 안절부절하다가 동료나 상사에게 우는 소리를 할 필요는 없어지는 것이다. 회사의 시스템과 문화가 비동기 방식으로 일하는 것을 받아들이고 나면 다음은 재택근무 차례다. 시간적으로.. 에릭 오 WAVE라고 회사에서 종종 명사들을 초청해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있다. 보통 사전 신청을 받고 점심 시간에 진행이 되는데, 오늘은 에릭 오라는 픽사 출신 애니메이터를 만날 수 있었다. 예술가에 대한 동경도 동경이지만 커리어에 '도리를 찾아서'가 포함되어 있는 걸 보고 일단 신청했다. 시작과 동시에 자기 소개를 하는데, 하는 일을 설명하면서 재밌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해야하는 일'들에 파묻혀 있어서 그런지, 듣자마자 귀가 번쩍 뜨이면서 마음 속에 시기와 부러움이 함께 일어났다. 이어서 작품들을 소개하고 일화들을 양념으로 뿌리는데, 자신감과 즐거움이 가득했다. 픽사에서 작품이 만들어지는 단계에 대해서도 약간 들을 수 있었는데, 애니메이터가 영화에서의 배우에 해당한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애.. 배회 책상 앞에 세워둔 할일 목록은 빼곡한데 자리로 돌아올 때마다 주어지는 시간은 30분짜리 자투리 시간 뿐이었다. 이 시간이라도 아껴야하는데, 조금이라도 뭔가 진전시켜야 하는데, 조바심을 내보지만 그 정도 크기의 일거리는 이미 진작에 다 해치운 상태다. 벌써 몇 번째인지... 회의가 살짝 밀려온다. 자리에서 일어나 걷기 시작했다. 긴 복도를 지나 반대편 구역으로 건너간다. 낯선 얼굴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쳐다보고 있다. 걷다가 동료들과 마주쳤는데, 꾸벅 인사를 하고는 볼일이 있어서 어딜 찾아가는 척 지나쳤다. 한바퀴를 빙 돌아 다시 자리로 돌아온다. 일을 독촉하는 사람은 없다. 코딩을 하다가 벽에 부딪히면 종종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건물을 돌곤 한다. 입으로 소리내서 말해보면 조금 더 상황이 극적으로 .. 이전 1 2 3 4 5 6 7 ··· 1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