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이 ㄷ이 말했다.
‘같이 하시죠 100일 글쓰기’
아 내가 이걸 왜 한다고 했나 중간에 고통받을 것이 이미 눈에 선했지만, 그와 동시에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제한 없이 콸콸 쏟아내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결국은 받아들였던 것 같다. 하지만 역시나 그 날이 다가오고, 이렇게 자리 잡고 앉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는 모습이 참으로 측은하다.
최근에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갔는데, 담임 선생님과 면담을 위한 사전 설문지를 작성하던 아내가 의견을 물어왔다.
'아이가 가정 내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은 누구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아이가 가정 내에서 가장 어려워하는 사람은 누구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모순적이지만 모두 아빠란다. 오해의 소지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면담에 함께 갈 생각이었기 때문에 상관없다고 했다. 담임 선생님을 직접 만나보고 어떤 사람인지 조금이나마 겪어볼 생각이다.
초등학교 선생님 중에 기억나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중학교 선생님은 세 명이 기억난다.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지각한 아이들을 앞으로 불러내 양 뺨을 열번씩 때렸는데 나도 그 중에 하나였다. 기억이 생생한 걸 보니 아마도 따귀를 처음 맞아봤던 것 같다. 1학년 때 영어선생님은 거대한 카세트 라디오를 들고 다녔다. 누구네 엄마가 사줬는지 늘상 떠들고 다녔다. 3학년 때 체육선생님도 기억난다. 체육복을 안 가져왔다며 수업에 참여 않겠다는 여학생 둘의 머리에 찍어차기를 시전했다. 쓰레기같으니라고.
의식의 흐름을 따라 아무 소재나 쫓다보니 갑자기 화가 나버렸다. 100일간 열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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