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후회를 하면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경우가 있다. 아뿔싸 어쩜 이리 발전이 없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럴 거면 슬슬 기록을 좀 해둬야하는 거 아닌가 싶다. 기록에는 힘이 있다. 기록을 하면 낫는다. 코딩과 유사한 점이 많다. 남겨진 기록의 운명은 두가지 뿐이다. 그 뒤로 영원히 펼쳐보지 않거나 우연히 한번 정도 펼쳐지는 것 뿐인데, 후자의 경우는 이미 시간이 한참 지나 맥락도 감정도 없는 상태의 텍스트를 읽게 된다. 문장을 읽으면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나겠지...라는 건 너무나 안이한 생각이다. 학생 시절 적었던 다이어리에 무섭도록 절절하게 적힌 문구를 보고, '얘는 참 안됐네... 근데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나에게 경고와 교훈이 될 문구를 남기고 싶다면, 더 드라이하게, 맥락을 구체적으로 기술하지는 않지만 은근하게 암시하면서, 다시 읽어도 당시의 빡침이나 후회가 되살아날 정도의 생생한 문장을 써야한다. 아무 제약이 없어도 그정도 생생한 문장을 쓰는 것은 무리다. 콕 찝어서 정확하게 쓰지 못하고 이렇게 메타적으로 변죽만 울리다가 마무리하는 것이 지금의 내 수준인 것이다.
미래의 나여. 짐작했겠지만 오늘 뭐 또 그런 일이 하나 있었다. 잘 한번 맞춰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