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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프로젝트 시즌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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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 쓰기 가계부를 쓰고 있다. 결혼 전부터 쓰기 시작했으니 이제 얼추 10년 정도 되어가는 모양이다. 한두해 정도 액셀에 열심히 기록을 해보다가 지인의 소개로 Whooing이란 서비스에 안착했다. 당시엔 다른 이름이었고 하루에 API 호출 30번까지 무료로 사용이 가능했는데, 서비스가 어느 정도 완성이 된 것인지 주인장이 전업으로 뛰어든 것인지 여튼 몇 년 전에 완전 유료 서비스로 바뀌었다. 간만에 비로그인 화면에 접속해보니 6개월 무료 체험도 지원하는 모양이다. 처음에 서비스를 만났을 때는 개발자 갬성의 투박한 디자인이었다. 지금도 개발자 갬성은 여전한 것 같지만 제법 우아하고 균형잡힌 디자인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기능을 API로도 제공하고 있어서 비공식 앱들이 여럿 존재하지만, 모웹을 홈화면에 바로가..
아틀라스(Atlas Shrugged) 스타트업 관련 내용을 다루는 로켓펀치란 곳에선 예전에 정기적으로 개발자 인터뷰를 실었는데, 인생 게임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바이오 쇼크'가 두세번 언급이 되길래 흥미를 갖게 되었다. 바이오 쇼크는 개인의 자유를 무제한으로 인정하는 수중 도시 아틀라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데, 이 배경은 또 에인 랜드의 소설인 '아틀라스'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게임이 너무 매력적으로 느껴져서, 시작하기 전에 책을 먼저 읽어보자 했다. 아틀라스는 1957년에 출간된 소설로, 공공의 이익을 이유로 정부와 사회가 기업의 성장을 견제하고 방해하는데 지쳐서 세상을 이끌어가던 기업가들이 하나둘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다는 내용이다. 읽으면서 책에 대해 조사하다 알았지만 작가는 우파 사상을 옹호하는 사람으로 당시의 뉴딜 정책을 공격하고 평등..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영어 제목은 Sex Education이지만 누군가 투머치라고 생각한 건지 아주 점잖은 제목으로 번역되었다. 인기있는 넷플릭스 신작이라고 여기저기서 들어보긴 했었는데, 요즘 챙겨 듣고 있는 개발자 팟캐스트 https://stdout.fm에서 생뚱맞게 이 드라마를 소개하기에 한번 봐야지 마음 먹었다. 한편 며칠 전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피임이 소재로 올라온 적이 있는데, 얘기 중에 미드나 영화 같은 곳에 나오는 미국 사람들의 섹스는 어느 수준의 성교육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우리끼리 이야기 해봐야 아무에게도 답없는 질문... 여튼 그때도 이 드라마 이야기가 또 한번 나왔다. 배경은 미국이 아니라 영국. 드라마는 아웃사이더인 오티스가 우연히 학생들의 성상담을 (돈받고) 해주게 되면서..
기능 조직 목적 조직 기능 조직이란 단어가 있는 줄도 모른채 수년 간 기능 조직에 속해있다가, 목적 조직에서 처음 일하게 되었을 때 문화 충격은 참으로 어마어마했다. 언제나 PPT를 통해서 만나왔던 디자이너란 존재를 실제로 처음 보았고, 바이블처럼 받들어지던 스펙 문서의 창조자인 기획자를 만났다. 운좋게도 그 팀은 (모든 앱개발자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UX 디자이너도 보유하고 있었고, 우리의 단합을 책임진 못난 팀장까지 갖추고 있었다. 천둥벌거숭이마냥 일에 눈이 뒤집혀서 신나게 일했고, 반년 뒤에 간신히 사내 오픈을 할 수 있었다. 사내 오픈과 동시에 프로젝트는 드롭됐고 곧 팀에서 방출됐지만, 목적 조직이 유행이라도 하고 있었는지 다음팀도 그 다음팀도 그 다음팀도 계속 목적 조직이었다. 다시 기능 조직에 속하게 된 것은 작년..
이름보다 나이를 먼저 묻는 공간 몇 살이야?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마주치고 '그래 오늘은 너랑 한번 놀아볼까?'라는 암묵적 합의가 이루어지고 나면 첫 마디는 늘 한결같다. 같이 놀 셈이라면 나이보다는 이름을 먼저 물으세요. 전이현씨에게 여러 번 이야기해봤지만 소용 없다. 꼭 그를 탓할 수만도 없는 것이, 놀이터에서 아무리 관찰을 해봐도 예외가 없다. 선수들끼리 만난 소개팅처럼 순식간에 나이를 교환하고 서열을 확인한 후에 놀이 방식을 정한다. 고약한 상대를 만난 경우에는 나이를 교환하고 서열을 확인한 후에 '근데 넌 왜 나한테 반말해'가 된다. 추워서 혹은 미세먼지 때문에 놀이터에 나가지 못한지 꽤 오래되긴 했다. 지난 일요일에 정말 오랜만에 두 사람을 데리고 놀이터에 나갔다. 또래처럼 보이는 아이가 있고 눈빛이 오가고 프로세스가 시작된다..
어서오세요. 맥미니님. 작년말에 아이맥을 보내고 오랜 기다림 끝에 맥미니를 영접했다. 마음이 너무 허해서, 돈쓸 마음의 준비가 덜 되서, 동서네 회사에서 연말마다 중고처분하는 자산 중에 아이맥이 있대서, ​해커톤 1등 상품이 맥북이래서 미루고 미뤄왔던 차였다. iOS앱 개발자라면 집에 개발용 머신 하나쯤은 있어야 하는 것이다. 해커톤에 자극받아 기어이 주문을 했다. 키보드 설정을 고치고 Xcode와 AndroidStudio를 설치했다. 오라클 자바는 밉상이니까 건너 뛰고, SourceTree를 설치한다. 그러고 나니 더이상 설치하고 싶은 앱이 떠오르질 않는다. Slack도 Trello도 서두를 필요는 없다. 키보드도 마우스도 외장하드도 꽂아야하는데 USB 포트가 2개뿐이라 잠시 애플을 원망해본다. 집에는 USB-C 타입을 쓰는..
둘째가 역시 더 귀엽네요 몇 년 전, 라디오에 어느 며느리가 보낸 사연이다. 아이와 집에 있는데 시어머니가 오셨더랬다. 현관에 나가 시어머니를 맞은 후 아이에게 할머니가 오셨다 전하니, 아이가 와아 무척 반가워하면 뛰어나왔다. 헌데 현관에 도착한 아이는 할머니를 보고 '에이 외할머니 아니잖아'하며 시무룩해져 다시 집안으로 들어갔더라는 사연이다. 시어머니 볼 낯이 없었다는 그 이야기에 덧붙여진 DJ의 이야기는 이렇다. 실제로 관련된 연구가 있어서, 아이들은 친할머니보다 외할머니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어느 할머니와 함께 있느냐에 따라 그 어머니가 조금 더 긴장하거나 혹은 편안해하는 것을 아이가 무의식중에 읽어내기 때문이라고. 둘째는 역시 애교가 많아. 둘째라서 그런지 잘 웃는다. 귀여운 짓도 많이하고. 첫째보..
100일 (아무)글쓰기 시작 뜬금없이 ㄷ이 말했다. ‘같이 하시죠 100일 글쓰기’ 아 내가 이걸 왜 한다고 했나 중간에 고통받을 것이 이미 눈에 선했지만, 그와 동시에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제한 없이 콸콸 쏟아내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결국은 받아들였던 것 같다. 하지만 역시나 그 날이 다가오고, 이렇게 자리 잡고 앉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는 모습이 참으로 측은하다. 최근에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갔는데, 담임 선생님과 면담을 위한 사전 설문지를 작성하던 아내가 의견을 물어왔다. '아이가 가정 내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은 누구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아이가 가정 내에서 가장 어려워하는 사람은 누구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모순적이지만 모두 아빠란다. 오해의 소지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면담에 함께 갈 생각이었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