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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프로젝트 시즌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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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먹던 시절 꽤 오래전일 것 같은데 히어로즈라는 미드가 있었다. 초능력자들이 우르르 나오고 그걸 또 잡으러 다니는 사람들이 있고 여튼 그런 내용인데, 로스트, 프리즌브레이크와 함께 용두사미 미드의 삼대장쯤(누구맘대로) 되는 모양이다. 등장인물 중 하나인 노아는 초능력자를 잡으러 다니는 사람인데 그의 딸 클레어가 공교롭게도 치유 능력을 가진 초능력자다. 미국 드라마답게 - 패밀리 퍼스트 - 클레어의 정체를 감추기 위해 노아는 선을 넘는 행동을 계속하는데, 딸을 위한다는 이유로 클레어가 원치 않는 행동들을 끊임없이 저지른다. 말도 안되는 일을 저질러놓고 정작 클레어만 만나면 '너를 위해서 한 행동이야' 되려 큰소리치고 강압적으로 구는 모습은 말 안통하는 어른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책임과역할을 잘못 해석하고 하는 행동은..
버려야한다 버리기가 쉽지 않다. 기타를 처음 배운 것은 대학교 1학년 때다. 노래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친구에게 슬쩍슬쩍 배웠다. 동아리 연습에 필요할 때나 가끔씩 꽂혀있을 때 바짝 연습하기도 했지만 꾸준함이 부족해 연습한 노래 몇곡을 간신히 칠 수 있는 수준에 그쳤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니 그 텀은 더욱 길어져 더이상 취미 생활이라고 부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던 어느 날, 박사 과정을 마치고 대전에 취업한 대학 친구가 (1학년 때 날 가르친 바로 그 친구) 자취방을 떠나기 전에 날 불렀다. 비싸게 주고 산건 아니지만 생각있으면 가져가라며 기타를 하나 보여줬다. 어쿠스틱 기타만 쳐오다가 갑자기 일렉 기타를 보게 되니 가슴도 설레고, 마침 전이현씨도 갓난아이 시절이라 아주 좋은 타이밍이란 생각이 들었다. ..
엔드게임 개봉이 아직 1주일이나 남았는데 벌써부터 스포가 돈다느니 어쩌느니 인터넷이 점점 지뢰밭이 되어 가고 있다. 예매 때문에 CGV 사이트가 뻗을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개봉일 아침에 휴가를 내고 보러가려 했더니 아뿔싸 마이타임TF 정기 회의 시간이 겹친다. 다음날 가자니 전이현씨 공개수업 날이라 할 수 없이 금요일에 보러 가기로 했다. 다음주부터는 트위터도 끊어야할 판이다. 세대마다 자랑할만한 대작 시리즈 영화 하나쯤은 있게 마련인데(내 세대는 반지의 제왕이나 매트릭스 정도가 될 것 같다), 20년이나 되는 그 커버리지를 차치하더라도 마블 유니버스는 정말 군계일학이다. 모든 시리즈가 다 좋았던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많은 영화들을 어떻게든 하나로 엮어내고 이렇게 일단락해낸 것은 정말 업적이라고 부를만하..
컨택트 아이를 보고 있을 때 내가 느끼는 것은 그저 책임감 뿐인 것 같아. 나는 과연 이 아이를 사랑하는 걸까 의문이 들어. 이 아이는 내게 받아야하는 게 있고 난 그걸 제공해야만 해. 한참 고민이 많을 때 친구에게 털어놓은 이야기다. 실로 그랬다. 사랑이라니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귀여울 때도 있지만 그건 그냥 귀엽기 때문이다. 내 아이여서가 아니다. 그는 빚쟁이고 나는 그가 죽지 않고 건강한 인격체가 될 수 있도록 책임져야 할 채무자였다. 빚은 착실히 갚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래도 되는 걸까 종종 생각했다. 부모의 사랑도 채무에 포함된다. 아이가 언젠가 눈치채지 않을까 걱정했다. 몇 년 전에 컨택트라는 영화를 봤다. 에이미 아담스과 제레미 레너가 주인공으로 나와 외계인을 만나는 영화인데, 에이미는 ..
아이패드 독 스피커 처음 아이패드가 나왔을 때다. 국내에 출시되기 전이었는데 마침 미국 출장이 있었다. 주말 하루 날를 잡아서 전자 제품에 세금이 붙지 않는다는 어느 주까지 차를 끌고 다녀왔다. 애플 스토어에 들어서자마자 직원이 성큼성큼 다가오기에 나도 물러섬없이 급한 마음에 아이패드 하나 주시오 말했더니만, 와 어쩜 엑설런트 초이스야 이거 진짜 대박이야 증말 명불허전의 리액션과 함께 곧바로 물건을 쥐어 주었다. 고민 1도 안하고 있었지만 고민하는 척 물건 보는 척 잠시 시간을 끌다가 좋소 이거 주시오 오케이 땡큐. 호텔로 돌아와 이름도 하나 지어주고 이걸 이제 어디에 쓰지 고민해보는데 게임 외에 참 할 게 없었다. 식물 대 좀비가 한창 유행하고 있었다. 이른바 호기심에 의한 충동구매의 결과인데, 그 후로도 오랫동안 이 물..
곳곳에 숨어있는 코드잼 본선 1라운드는 3번에 걸쳐서 치러지는데 세번 중 한번이라도 순위권에 들면 다음 라운드 진출이다. 예선에 비해 문제도 확실히 어렵지만 2시간반에 3문제는 정말 쉽지 않은 것 같다. 시간 내에 1문제 이상 풀면 일단 개인 목표 달성이다. 어제가 그 중 첫번째 날이었는데, 가족들과 나들이가 있어 그냥 넘기고 집에 와서 문제만 확인했다. 1번 문제를 보고 피식 했다. Pylons Our Battlestarcraft Algorithmica ship is being chased through space by persistent robots called Pylons! We have just teleported to a new galaxy to try to shake them off of our tail, a..
하야꾸 큰일이다. 11시가 넘어가는데 벌써 세번째 리젝이다. 앱 개발자의 성장에 대해 쓰다가 표현이 너무 단정적이어서, 오늘의 가평 나들이에 대해 쓰다가 너무 일기라 싫어서, 부루마불에 대해 쓰다가 부루마불이 지겨워서 쓰던 것을 다시 지웠다. 첫 주사위에서 무인도로 직행하고, 첫 황금열쇠에서 다시 무인도를 뽑았길래 금방 끝나겠구나 내심 좋아했는데 어찌어찌 따라잡으면서 오늘도 30분 컷에 실패하고 1시간반이나 주사위를 던진 끝에 기권패했다. 오늘처럼 장기전이 있는 날이면 정말이지 질려버린달까. 끝내고 나면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다. 산수능력은 평범하지만 돈계산만은 귀신같이 하는 이 아이를 어찌해야할까. 주말 글쓰기의 가장 큰 위협이다. 아무말 글쓰기를 위해 일부러 티스토리도 새로 만들었는데, 자꾸 오프라인..
기럽기럽 며칠 전 깃헙 직원들이 회사를 방문을 했다. 대니얼 황의 포풍같은 PT는 혼을 쏙 빼놓기에 충분했는데, 살면서 라이브로 들어본 영어 중 최고로 빠르고 유창하며 위트까지 있어서, 중간중간 간신히 한 문장이라도 알아들을 때면 작은 쾌감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아 정말 못 알아들어도 계속 듣고 싶은 마력의 PT. 생긴 것도 귀여운 손흥민처럼 생겼다. 내용 중에 깃헙의 리모트 비율 얘기가 나왔는데 세상에 무려 67%라고 한다. Asynchronous and Transparent Work Culture 덕분이라고 하는데, 다들 아주 슬랙 귀신들인 모양이다. 가벼운 Q&A가 끝나고 역시나 스티커를 뭉텅이로 뿌리고 떠나갔는데, 직접 받은 것은 없었지만 어찌어찌하다가 맘에 드는 스티커 2개를 얻을 수 있었다. 아껴두고 ..